지금 이 순간은 2020,12,31 한 해의 마지막 날
흐트러진 마음도 가다듬고 새로운 해를 좀 더 의미있게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아주 조심스럽게
가을에 다녀왔던 계곡에 다시 한번 가보기로 한다.
이 칼추위에 겨울 계곡을 찾는 사람이 있을까?
없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맘으로 가보려 하는데
괜찮으려나.
'꼼짝 마라 움직이면 걸린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전혀 움직임없이 콕 박혀 지내고 있었는데.
오늘만은 나 자신에게 허락을 해주고 싶다.
'마지막'이라는 괜한 아쉬움에서.
마스크와 외투로 똘똘 뭉친 후 가족을 꼬셔? 함께 나가 보기로 한다.
추운 날 계곡에서 가지는 잠깐의 여유는 괜찮아...
라고 스스로 위안을 던지며 도착해 보니
후우, 너~무 춥다.
가을 낙엽을 싣고 졸졸 흐르던 계곡이
이렇게 꽁꽁 얼어있고
물 위에 떨어진 가을 낙엽들도 얼음에 갇혀 그대로 얼어버렸고.
앙상한 나무와 메말라있는 바위 때문인지 겨울 계곡은 너무 삭막하고 쓸쓸하게 와 닿는다.
매서운 추위 때문에 더 그리 느껴지는 걸까?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 가족처럼 단 네 명만이 산책하다 사진 몇 장 찍다 서둘러 돌아가고 있다.
왠지
겨울 산속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셔 보고 싶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이럴려고 했는데 흠...
깨끗한 공기 들이키며 겨울 감성에 폭 빠져 보고도 싶고
떠나는 시간을 돌이켜 보며
그래 이제부터는 좀 더 사람답게 살자,
뭐 그런저런 다짐 같은 거도 해보고
그럴려고 했는데
추워 죽겠다.
그래도 나름 맘먹고 소소하게 준비해 간
커피와 과자를 벤치 위에 꺼내놓는다.
그리고
남푠과 함께 분위기 있게 한 잔의 커피를 짠!
아후~추운 날씨 덕분에 빨개진 손
나도 덜덜
종이컵의 커피도 덜덜.
한겨울 산에서 뭐하노... 싶네.
생각은 뭐고 다짐은 뭐야.
추워서 커피만 홀짝 마시곤 후다닥 가방 챙기고.
재빠르게 차를 향해 뛰다시피 걸어간다.
이 날씨에 도시락 가방 들고 계곡 가자니까
그래도 흔쾌히 함께해준 가족들.
덕분에 몸은 꽁꽁이지만 마음은 사르르 녹아내려
한 잔의 커피처럼 따스해진 오늘 이 시간.
순간,
추위에 흐트러진 생각이 하나의 답이 되어 떠오른다.
그건 바로 '나의 가족'
우리 가족이 지금까지처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잘 노는 거지.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인 가족 간의 대화도 더 늘리면서.
잠깐 머물렀는데 어느덧 어둑어둑해지면서 발그레한 석양이 비치고.
아직 아쉬운 마음이 남아
미리 사 둔 초코케이크를 냉장고에서 꺼낸다.
커다란 초 하나에 불을 밝히고 각자의 다짐이랄까 뭐 그런 것도 해보자 했는데
가족들은 귀찮아 하는 분위기 흐흐.
이제 몇 시간 후면 새로운 해가 뜬다.
2021년.
어떻게 보내든 후회는 남겠지.
그나마 후회를 덜 남기는 한 해로 채워질 수 있길 스스로에게 기대해 본다.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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