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코로나가 우리들의 생활을 막막하게 하고 있고
그래서 더더욱 조심, 또 조심하면서 지내야만 하는 상황인지라 나가지 않고 있었는데...
물론 가족들에게도 꼼짝 말고 반드시 가야 할 직장이나 학교만 가라고 당부했는데...
친구도 만나지 말고 경조사도 양해 구하고 가지 말라고까지 해놓고선 내가 가족들을 꼬셔 버렸다.
식당 가는 일이 정말 두렵지만 한 번만 나가보자고 말을 해버린 터.
병적일만큼 걱정쟁이인 나로선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인데 무슨 배짱? 인지 한번 가보려 한다.
시간 맞추기 어려운 가족끼리 똘똘 뭉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나가보기로 한다.
며칠 전, 휴일이라는 편안함과 쌀쌀한 날씨를 핑계 삼아 오랜만에 맛있는 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어쩔 도리 없이 힘든 상황이 된 만큼 끝나는 날까지 조신하게 앉아있으려 했건만, 힘들다.
물론 상황상, 시간상 멀리는 안되고 집 근처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간다.
내가 차리는 맛없는 밥상에서 벗어나는 행복한 이 순간.
외식보다도, 맛있는 고기보다도 그 해방감이 더 크게 와 닿다니!
난 정말 진정한 불량주부가 맞나 보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직원이 열을 재는데,
그런데 평소 열이 많은 나, 걸려 버렸다.
열이 37도라나?!
열이 날 일도 없고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열이 높게 나오는지.
나 혼자 입구 쪽에 마스크를 쓴 채 벌서듯 서있었다 한 5분가량?
하아~길더라...
"이제 들어가도 되나요?"
"아뇨 아직요"
그 짧은 시간 동안 옆에 있는 직원한테 몇 번이나 물어보고ㅠ
휴우 드디어 풀려나서 자리로 이동한다.
테이블 간 간격은 한 칸씩 띄워져 있고
저녁시간이지만 예전보다 훨씬 적은 사람들이 거리두기를 잘 유지하고 있다.
사실 외식을 하느냐 마느냐 고민을 좀 했지만 바닥난 인내심이 백기를 드는 바람에.
많지 않은 사람들이 고맙고 다행이란 이기적인 생각까지 든다.
자 자~~
배고프다
빨리 구워 먹자!
저 먹음직스러운 갈색빛에 윤기까지 좌르르르 흐르는 고기를.
살짝살짝 탄 듯하면서 잘도 구워지고 있네!
딸내미는 항상 저 딱딱한 떡을 잘라두고 고기랑 같이 먹는다.
워낙 떡볶이를 좋아하니 뭐.
악!!
갑자기 노릇하고 윤기 좔좔 흐르던 고기에 불이 난다.
이런 이런, 아빠가 아무도 보고 싶어하지 않는 불쇼를 갑작스럽게 연출해 버린 것이다.
우째?!
그 순간, 옆에 앉은 아들내미가 뜬금없는 소방대원이 되어 부리나케 상추 한 장을 덮어 불길을 잡는다.
오~~~
근데 아빠가 또또!
이번엔 고깃집 사장님이 쓩 나타나셔서 팬에 담긴 고기 양념물을 인정사정없이 부어 버리신다.
어딘가에 숨어서 우리가 하는 짓을 다 지켜보고 계셨나?
그리하여 두 번째 불길도 무사히 잡히고 흐흐;
아깝게시리 새카맣게 다 태우셨네 쯧쯧.
실로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시간들.
다들 똑같은 마음일 테지.
가족이 함께한다는 건, 또 이렇게 나의 몸과 마음을 끝간데 없이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마법과도 같은 것.
그리고 제일 중요한 한마디!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가 가족들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엄마 목표는 우리 가족이 시간 될 때마다 함께 뭉치는 것, 헤어지면 엄만 죽는다"
농담 같은 나의 이 말에 '허~'하며 웃어넘기는 저 세 사람,
내 말을 깊이깊이 새겨들었으려나?
그래 두고 보는 수밖에...
가족으로 단단히 채워진 이 시간들 덕분에 난 지금 너무나 배가 부르다.
터질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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