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무언가 보여주려고만 하는 당신의 삶에게.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으려는 당신의 사랑에게.
또 아물지 못해 숨기려고만 했던 당신의 상처들에게...
작가 정영욱은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라고 말해줍니다.
그 어느 것에도 정답은 없다고.
참으로 많은 순간들을 버텨내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앞으로도 버텨가며 살아야 할 우리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네주는 그 책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크게 공감받는다는 말을 믿으면서.
1 저 하찮은 돌멩이를 보아라
친구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진전 없이 머물러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말이다.
네 인생의 무게가 그토록 무거워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말이다.
네가 두려워하는 그 흔들림 말이다.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곧 나아갈 준비를 한다는 것이니 너무 불안함에 휩싸이지 않아도 된단 말이다.
돌멩이가 그렇지 않으냐.
작고 가벼운 돌은 작은 물살에도 쉽게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닥에 부딪혀 쉽게 닳아버리곤 바위틈에 껴버리지 않느냐.
무거운 돌은 쉽게 나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센 물살을 만나 더 멀리멀리 굴러가지 않느냐.
무게를 받아 멀리 나아가는 것이다.
무거운 돌일수록 말이다.
그러니 너보다 먼저 나아가고 있는 것들을 부러워할 필요 없다.
너는 그 무게를 잃지 말고 그 자리에 떳떳하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너의 그 무거운 짐까지 멀리멀리 떠밀어줄 거센 물살이 올 것이니.
언젠가 올 것이니.
보아라.
저 하찮은 돌멩이도 제때를 기다리지 않느냐.
그러니 너는 불안한 대로, 흔들리는 대로 그 자리에서 때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흔들리는 것이 두려워 숨어있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친구야.
그렇게 너의 때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2 지금도 이렇게 반짝이고 있네요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멈춰 서야 하고, 파란불이 들어오면 다시 나아가야 합니다.
파란불이 들어왔음에도 주위 사람들이 가만히 서 있는다고 해서, 가야 할 길을 앞에 두고 우물쭈물 서 있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지요.
그렇죠.
앞에 갈 길을 두고도 그런 멍청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 파란불이 횡단보도를 건너도 됨을 확신하기에 갈 길을 마저 가겠죠.
맞습니다.
그 확신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삶에 있어 언제나 확신이 부족함에 선뜻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지요.
정작 나의 삶에 있어선 확신이 부족하단 이유로 사람들이 멈추면 멈추고, 그들이 흘러가는 흐름대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확신 하나 때문에, 살아가면서 당연하게 알고 있었고 행해왔던 일들을 내 삶 안에서는 당연히도 행하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앞에 보이는 저 파란불을 믿으세요.
아니 저것이 파란불이라 생각하고 있는 나에 대한 확신을 가지세요.
지금도 이렇게 반짝이고 있네요.
당신이 바라보는 어딘가에 저 파란불 말입니다.
3 온전히 나를 위한 힘듦
"가끔 너무 힘겨울 때는 이것을 잊지마렴. 내가 무엇 대문에 힘든지 말이야. 나 때문에 힘든 것인지, 남 때문에 힘든 것인지."
그땐 어머니의 말이 도통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사람이 모난 부분이 있어야, 울퉁불퉁한 면이 있어야 가치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뒤늦게 알아버린 탓입니다.
"무조건 나를 위해 사는 것은 타인에게 좋지 못한 사람이 된단다. 하지만 또 무조건 남을 위해 사는 것은 나에게 좋지 못한 사람이 되는 거고. 둘 다 좋지 못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살아보고 싶니?"
때론 나를 생각해서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보기도 해야 하고, 나를 위해서 누군가에게 미움받을 구석도 있어야 하며, 또 내가 먼저라서 다른 것들에 무심한 사람이 되어 보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어쩌면 그동안의 삶이 조금 지쳤던 이유입니다.
나를 위해 힘든 것이라면 빛을 바라보며 견디겠지만, 남을 위해 힘겨운 삶을 자주 접하다 보니 이젠 말 그대로 지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것이 죽을 만큼 힘들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대로 살아갈 용기는 선뜻 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타인의 기준에 맞춰 바꾸는 노력들.
나의 모난 부분을 자꾸 사포질해서 매끈하게 만드는 과정에 팔이 저려오고, 꽉 쥐었던 것을 놓을 만큼 힘줄이 끊길 때가 오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그랬습니다.
사람이 모난 부분도 있고, 울퉁불퉁한 면도 있어야 자신만의 색을 가질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타인에게 맞춰 나를 매끈하게 다듬다 보면 결국 타인을 비춰주는 역할이나 하다 끝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좀 더 나를 위해 살아야 합니다.
무조건 타인에게 나빠지자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더 나를 위해 힘들고, 조금 더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조금은 울퉁불퉁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거칠지는 않게, 약간은 모난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남을 다치게 하지 않을 정도로.
뭐든 적당히가 힘든 법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런 삶을 지향해야 합니다.
내가 나를 잃어가지 않도록.
또 타인을 비추며 살아가지 않도록.
그래야 힘들어도 버틸 명분이 생기고, 나아갈 이유가 존재합니다.
그래야 후회가 적고 편하게 누워 자는 날이 많아집니다.
힘든 건 똑같더라도 말이죠.
힘들 때 누굴 위한 힘듦인가 생각하라는 것은 그런 말이었습니다.
똑같이 힘들지만, 나를 위해 힘들다면 궁지에 몰려도 나아갈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버틸 수 있는 오기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나를 위해 힘들던 타인을 위해 힘들던 똑같이 힘들 것이라면, 어떨 때에는 온전히 나를 위해 힘들어 보기도 하자는 것이지요.
오늘도 어떤 것으로부터,
어떤 삶으로부터,
어떤 슬픔으로부터
참 애썼습니다.
그것이면 됩니다.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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