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모습 / 이해인
친구의 이야기를
아주 유심히 들어주며
까르르 웃는 이의 모습.
동그랗게 둘러앉아
서로 더 먹으라고 권하면서
열심히 밥을 먹는 가족들의 모습.
어떤 모임에서
필요한 것 챙겨놓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이의
겸허한 뒷모습.
좋은 책을 읽다가
열심히 메모하고 밑줄을 그으며
뜻깊은 미소를 짓는 이의 모습.
조용히 고개 숙여
손님이 벗어놓은 신발들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이의 모습.
“저기요. 사진 하나 찍어주세요!”
갑자기 부탁을 하였을 때도
귀찮아하지 않는 웃음으로
정성 다해 사진을 찍어주는 이의 모습.
이웃이 슬픈 일을 당했을 때
제일 먼저 달려와서
말없이 손잡고 눈물 글썽이며
기도부터 해주는 이의 모습.
누가 몸이 아프다고 하면
큰일 난 것처럼 한걸음에 달려와
자기 일처럼 내내 걱정하며
그의 곁을 지켜주는 이의 모습.
<시집-작은 기쁨 중에서>
「이해인 수녀」
언젠가 누가 제게 취미가 무어냐고 물었을 때 시 쓰는 것 외에도 솔방울 줍는 것, 조가비 줍는 것, 다양한 스티커를 이리저리 구성해서 고운 카드 만드는 것, 그리고 좋은 격언 모으는 것, 신문이나 잡지에 소개된 여러 종류의 미담들을 오려두었다가 소개하는 것, 실제로 목격한 아름답고 따뜻한 풍경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잊지 않고 적어두었다가 되새김하는 것, 인류사에 빛나는 이웃 사랑으로 별이 된 주인공들을 조금씩이나마 닮고자 애쓰는 따라쟁이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을 변함없는 취미로 삼고 싶다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무력증에 빠져 삶 자체가 우울하다는 이들에게 저는 종종 이렇게 답신을 적어보냅니다.
삶이 지루하고 힘들게 여겨질수록 아름다운 순간들을 발견하고 음미해 보기, 고운 말을 찾아서 활용해 보기, 주위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차리고 챙겨주기, 누가 시키는 사소한 부탁도 잊지 않고 충실히 기억하는 심부름꾼 되기 등등, 사랑과 관심의 눈길을 조금만 더 밖으로 돌리면 어느새 밝고 명랑한 기운을 차츰 되찾을 수 있으니 꼭 한번 실천해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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