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빈자리

 

마음의 빈자리 / 한수산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친구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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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대답합니다.

 

"그냥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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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도 마찬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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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전화를 한 친구가 말합니다.

 

"그냥 걸었어"

​

그냥...

​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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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그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인은 있지만 그 원인이 아주 불분명할 때 쓰는 말입니다.

 

 

그냥...

​

여기에는 아무 목적도 없습니다.

 

무엇을 위해서라는 정확한 까닭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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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그냥이라는 말이 가지는

허물없고 단순하고 그러면서 오히려 따뜻하게 정이 흐르는 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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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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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이 가지는 여유를 우리는 때때로 잊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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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왔어,

 

그냥 전화해 봤어,

 

그냥 거길 가고 싶어,

 

그냥 누군가 만나고 싶어...

 

 

원인과 이유가 분명해야만 하는 우리의 인간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향기로운 다리가 그리운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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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고 싶던 친구를 찾아가 보고

 

그냥 듣고 싶은 목소리이기에 전화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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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여도 좋습니다.

 

지난 여름에 찾았던 어느 계곡이어도 좋습니다.

 

그냥 가고 싶어서 거기엘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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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만나고 싶어서 그 사람을 찾아가는 그런 마음의 빈자리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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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 : 단순하게 조금은 느리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