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는
그리도 길게 늘어놓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네.
아니 처음부터 아예 듣기를 싫어하네.
해야 할 일 뒤로 미루고
하고 싶은 것만 골라 하고
기분에 따라 우선순위를 잘도 바꾸면서
늘 시간이 없다고 성화이네.
저 세상으로 떠나기 전
한 조각의 미소를 그리워하며
외롭게 괴롭게 누워 있는 이들에게도
시간 내어주기를 아까워하는
건강하지만 인색한 사람들.
늘 말로만 그럴듯하게 살아있는
자비심 없는 사람들 모습 속엔
분명 내 모습도 들어 있는 걸 나는 알고 있지.
정말 왜 그럴까.
왜 조금 더 자신을 내어놓지 못하고
그토록 이기적일까,
우리는...
「시집-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중에서」
이해인 수녀 /
원치 않은 저의 모습을 마주하게 될 적마다 잠시 우울해지곤 합니다.
자신의 아픔에 빠져 있느라 다른 이의 더 큰 아픔은 눈에 들어오질 않고 그를 깊이 이해하려 들지 않은 순간들이 문득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밤낮으로 수덕에 대한 공부를 하고 성인들의 삶을 본받는 이타적인 삶에 대하여 배우지만 일상의 삶에서 마주하는 제 모습은 늘 자기중심적이고 편협할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내 몸과 마음의 아픔을 하소연할 때 듣는 이가 건성으로 대하고 자신의 아픈 이야길 더 많이 하면 쓸쓸하고 서운한 마음이 되어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결심하지만 막상 실습할 그 순간이 오면 듣는 일을 지루해하며 속히 끝내길 독촉해서 상대를 실망시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뒤늦게 후회만 하지 말고 늘 우선적인 사랑의 선택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다짐하며 기도합니다.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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