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의 산문집♣
「꽃은 왜 피는가」
꽃들도 필연성을 지니고 피어나는 것이고 꼭 피어나고 싶어서 피어나는 것이다.
해마다 피어나는 꽃이 아니다.
올봄에 피어나는 꽃은 오직 올봄에만 피어나는 꽃이다.
작년에 핀 꽃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오늘 기쁜 이유」
나는 오늘 무엇이 기쁜가?
무엇보다도 먼저 살아있는 사람인 것이 기쁘다.
우선 물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인 것이 기쁘고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기쁘다.
생각하면 무엇 하나 기쁘지 않은 게 없다.
나무 한 그루, 풀꽃 한 송이 내 앞에 있고 산이나 강과 마주함도 기쁨이다.
게다가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 에워싸여 살고 있는가.
내가 이름을 외우고 있는 수많은 사람, 그들 한사람 한 사람이 나에게는 기쁨의 씨앗이다.
그들이 보내주는 전화나 문자메시지, 이메일이 기쁨이고 더러 보내주는 자필 편지는 더욱 큰 기쁨이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고 있는가.
그것을 생각하면 주르르 눈물이 흐른다.
「봄이 되면」
해마다 봄은 커다란 몸짓으로 오지 않는다.
아주 조그맣게 비밀스럽게, 돌 지난 아기의 아장걸음으로 까치발을 딛고 살금살금 다가온다.
해마다 봄은 미세한 소리로 온다.
들릴 듯 말 듯 속삭임으로 온다.
「나처럼 살지 말고 너처럼 살아라」
풀꽃을 그릴 때 나는 한 송이의 풀꽃, 한 낱의 풀이파리가 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그것은 내가 무아경에 이르는, 나 자신을 초월하는 신비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나는 사물의 본질에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닿았다가 되돌아오곤 한다.
거기서 느낌이 생기고 모습과 소리가 따르고 또 몇 줄기 말씀이 눈을 뜨기도 한다.
그때의 그 황홀감이라니!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해내는 나태주 시인의 지혜가 담긴 글을 대하다 보면 나의 일상에서도 작은 풀꽃처럼 작지만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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