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 어떤 고백
싫어
하고 네가
누군가에게 말하는 동안은
나도 네가 싫다.
미워
하고 네가
누군가에게 말하는 동안은
나도 네가 밉다.
절대로 용서 못해
하고 누군가에게
네가 말하는 순간은
나도 너를 용서할 수가 없다.
우리를 아프고
병들게 하는 그런 말
습관적으로 자주
하는 게 아니었어.
내가 아프고 병들어보니
제일 후회되는 그런 말
우리 다신 하지 말자.
고운 말만 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라잖니,
화가 나도 이왕이면
고운 말로 사랑하는 법을
우리 다시 배우자.
<시집 / '희망은 깨어 있네'에서>
‘싫다’ ‘밉다’ ‘지겹다’ ‘죽어도 못 참겠다’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그를 다시 만나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등
매우 힘들고 화나는 일이 생길 때 마구 충동적으로 쏟아내는 말을 들으면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좀 지나치다 싶을 적도 많습니다.
어쩌면 이 시는 누구에게보다 내가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충고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부정적인 말보다는 좀 더 긍정적이며 좋은 말을 듣고 또 하면서 살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질 못하니 때로는 체념 아닌 체념을 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처음에 만나자마자 온갖 일에 불평불만을 늘어놓거나 남의 흉부터 보는 사람,
심지어 친한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조차 덕담은커녕 묘하게 동료의 허물과 단점을 들추어 그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사람을 보는 건 괴로운 일입니다.
“스스로 언행을 제약하여 신중히 하면 실수하는 일이 적을 것이다”
“옛사람이 함부로 말을 입밖에 내지 않았던 것은 실천이 말대로 되지 못할까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논어>의 ‘이인’편을 다시 읽어보며 마음을 추스릅니다.
고운 말만 하기에도 모자라는 시간인데, 하고 나서 후회하기보다 미리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현명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마음을 좀 더 순하게 길들여서 어떤 경우에도 극단적이며 충동적인 막말을 하지 않는 노력을 꾸준히 할 수 있길 바래봅니다.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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