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처음으로 남푠과 단 둘이 영화를 보러 갔다.
지금까지 영화 보는 건 항상 울 가족 네 명이 함께해야 할 수 있는 일인 줄 알았고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애들 없이도 가능한 일이었다.
애들이 자라면서 시간 맞추기가 너무나 어렵다 보니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가 돼버렸다.
물론 성인이 된 아이들과 함께 뭔가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건 잘 알지만 그래도 계속 바라고 있네 내가.
대학교 입학하면서부터 자취할 수밖에 없었고 이젠 직장인이 되어 더 먼 지역에 혼자 살게 된 아들.
아직 학생이지만 학교랑 집이 좀 멀어 잠깐동안 학교 근처 친구네에 가있는 딸.
이러니 어찌 내가 원한다고 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
남푠과 더 친하게 지내는 수밖에.
오늘같은 경우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참 난감했다.
언제나 네 명이서 영화를 봤는데 둘이 간다고?
어쩔 도리가 없네
둘이 가보기로 한다.
의외로 부부끼리 온 경우도 꽤 보였다.
그리 낯설게 느껴지진 않네.
영화를 보는 동안은 거기에 집중하니 다른 생각은 들리 없고 끝난 후에도 아무렇지 않았다.
영화 한 편 잘 봤네! 어 괜찮네! 그런 기분좋은 느낌만 들지.
아, 애들 없이도 이게 가능했구나.
당장 변심해서 우리 둘이라도 보고 싶은 영화나 공연 있으면 자주 오자고 말하고 있네 내가.
그러자고 잘 응해주는 고마운 남푠.
그래 이제부턴 하나하나 바꿔나가 봐야 하지 않을까.
애들이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어주는 건 아니잖아.
서서히 놓는 연습을 해야겠지.
나 같은 사람이 잘 될까?
하지만 서로서로 제대로 살아가려면 그리 해야 하는 걸.
그래, 조금씩 조금씩 놓는 연습을 해보자 애들을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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