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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오늘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장장 8시간 동안 정전에 단수란다.

물 안 나오지, 세탁기 사용 안되지, 티브이, 컴퓨터 못하지...

어이가 없네.

도저히 집에 있을 자신이 없어 가출하기로 한다.

'집탈출작전'

분명 정전 10분 전까진 엘베 이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9시 45분쯤 준비가 끝나 나갔는데 또 한 번 어이가 없네.

'점검 중'

15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야 한다.

계단내려가기는 좋은 게 아니지만 내려가야만 한다.

굽 있는 신발 신고 15층에서 살살 내려간다 이 무슨..

좀 빨리 나올걸..

 

우선 백화점 가서 여기저기 눈에 띄는 곳에서 사진 몇 장 찍어보고.

가까운 공원 가서 떨어지는 낙엽 맞으며 걷기도 하고.

아무것도 안 먹고 아침부터 서두른지라 배는 고팠지만 밥은 저녁에 먹기로 하고 영화를 보러 간다.

13일 개봉한 따끈따끈한 신작 '글래디에이터2'를 본다.

 

영화 스케일이 엄청나다.
어떻게 저런 장엄하고 감동스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주인공에 몰입하다 보니 약간 눈물이 찔끔한 찰나도 있다.
아직 우리 애들도 못 본 영화를 엄마아빠가 먼저 보게 되다니.
이런 경우도 있구나. 여태까지 영화는 항상 함께 봤는데.
우리 가족 넷이 보면 딱 괜찮을 영화인데 함께 보지 못해 참 아쉽다.
애들도 아쉽단다.
 

영화를 본 후 외식하고 카페 가서 커피도 마신다.

날씨가 약간 쌀쌀하지만 뭐 가출해서 다니기엔 나름 적당한 날이다.

집에서 좀 멀리 갔더니 시간 때우기는 괜찮게 정한 것 같다.

남푠이 말한다.

'오늘 풀코스로 데이트 일정 잡았으니 기대하라'고^^

그냥 시간만 적당히 때우고 오면 되는데 뭘 거창하게 데이트니 풀코스니 나참.

하지만 마음 써주니 참 고맙다.

바람 쐬고 영화 보고 외식하고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한 뜻하지 않게 생겨버린 오늘의 강제나들이.

이만하면 성공적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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