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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 단풍나무 아래서 / 가을편지

category 책 속에서 2020. 11. 1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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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아래서-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다

문득 그가 보고 싶을 적엔

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

마음속에 가득 찬 말들이

잘 표현되지 않아

안타까울 때도

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세상과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저절로 기도가 되는

단풍나무 아래서

하늘을 보면 행복합니다.

별을 닮은 단풍잎들이

황홀한 웃음에 취해

나의 남은 세월 모두가

사랑으로 물드는 기쁨이여.

<시집-'희망은 깨어있네'에서>

 

 

 

-가을편지-

 

늦가을 산 위에 올라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바라봅니다

깊이 사랑할수록

죽음 또한 아름다운 것이라고

노래하며 사라지는 나뭇잎들

춤추며 사라지는 무희들의

마지막 공연을 보듯이

조금은 서운한 마음으로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바라봅니다

매일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나의 시간들을 지켜보듯이.

<'가을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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