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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확진자다" 라는 생각으로...

category 깔끔한 정보/건강 2020. 12. 2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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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민간 역학조사관인 이재경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이재경 교수는 2월 말 구로보건소에 파견돼 지금까지 역학조사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위험하다고 믿지 않는 모든 일상 공간에 코로나 환자가 있다

 

Q :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 명을 육박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보시기에 감염 위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 있나요?

A : "지금은 시민들이 위험하다고 믿지 않는 모든 공간에 코로나 환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전할 수 있는 공간이 선별 진료소 안에 검사대상물을 채취하는 에어부스 말고는 없는 거 같은데요."

Q : 음압시설이 있는 곳이요?

A : "혼자 있으니까요."

이 교수는 코로나 19의 첫 증상이 가벼워서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겨울이라서 감기와 구분이 어렵기도 합니다.

무증상이거나 잠복기인 확진자가 늘면서 이에 따른 전염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Q : 가벼운 첫 증상의 확진자는 어떤 경우인가요?

A : "집에서 유일하게 마스크를 한 번도 쓰지 않은 사람이 작은 아이인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0~2세 사이는 코로나 19에 안 걸리는 줄 아시는 분들이 계시고, 어린이집에서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워달라고 하면 항의하시는 부모들도 많으세요.

그런데 아이들은 코로나에 걸려도 많이 아프지 않을 뿐,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중환자실에 가게 되실 수 있습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14세 미만이거나 호흡기 질환을 가진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이 교수는 "어린이들이 얼굴을 만지고 답답해하니까 마스크 착용이 어렵다는 것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코로나 19 위험으로부터 괜찮다는 메시지로 오해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대중교통이나 대형마트 같은 그간 집단감염이 보고되지 않은 장소도 감염 위험으로부터 예외는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그동안 마스크 착용 등 시민들의 참여와 방역 대응으로 상대적으로 잘 버텨왔지만, 최근 수도권에서 감염인의 밀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면서 역학조사 인력의 전문성과 숙련도가 상당하지만, 환자가 많아지면서 방역 당국이 확진자의 모든 움직임을 추적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도 언급했습니다.

 

동네에 확진자가 많다면,

자신도 무증상 감염자일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특정 장소보다 '믿는 관계'가 더 위험해요

 

그간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은 장소별로 준수해야 할 방역수칙을 안내해왔습니다.

이 교수는 많은 사람이 모이면 그 장소가 위험해지기 때문에 장소 중심으로 안내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지만,

"잘 관리되지 않은 '환경'보다 사람 간 '믿는 관계'가 더 위험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Q : 3차 유행은 집단 감염에서 일상 감염으로 양상이 바뀌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전염되는 것인가요?

A : "다들 많이 오해하시는데, 올해 초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부터 현장에서 일했던 저희들은 다 알고 있어요.

믿는 관계가 더 위험해요.

밀폐된 환경이 위험하다고 했지만, 스스럼없는 동료, 친구, 가족, 형제, 가까운 지인과 단골, 동네 형 동생 사이...

이런 사이에 모두 감염 전파가 일어나는 것이에요.

종교시설들이 억울할 수가 있습니다.

종교시설에서 만났지만, 거기엔 형제와 같은, 끈끈한 사이의 관계들이 있어요.

그러면 이렇게 되죠.

 

교회에서 소모임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집에 가서, '우리 집에서 라면 먹자'라고 초대해요.

형제 같은 사이의 친구들 9명이 모두 확진되는데 일주일 정도가 걸리더라고요.

그러면 이건 종교시설의 잘못이 아니라 코로나가 잘못한 겁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그렇다는 걸 우리가 잘 알기가 어려워요."

확진자로부터 감염 위험이 있는 동선은 증상 발현일로부터 이틀 이내부터 파악합니다.

이 교수는 이틀이 시간적 기준이기도 하지만, 관계가 반영된다고 설명합니다.

이틀 전에 밀접하게 만난 사람은 일주일 전에도 밀접하게 만난 관계일 가능성이 많다는 겁니다.

다만, 직장 안에서 10시간 정도 사무실을 공유하거나, 화장실이나 개수대, 탕비실 등의 공용 공간을 통해서 단 한 번만의 만남으로도 확진자가 여러 명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코로나 19의 역학적 특성이 이런 경우 드러난다고 덧붙였습니다.

 

 

■식당 대신 집에서 가족 모임? 더 위험한 상황

 

Q : 믿는 관계라고 하면, 가족끼리도 감염을 피할 수 없겠군요.

A : "해외로 복귀하는 손녀가 있어서 가족이 식당에서 가족모임을 하셨는데, 할아버지는 지병이 많으셔서 식당에 가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단체 식사에 참가한 아버지, 어머니와 집에 있던 할아버지가 동시에 열이 나기 시작하는 거죠.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손자는 마지막에, 격리 해제할 때 확진이 됐어요.

감염이 발현하는 속도가 면역력에 따라 굉장히 다릅니다.

몸이 안 좋은 분이 먼저 증상이 발현하는 것이고요.

어린이집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하는데, 학부모의 조부모가 먼저 아프신 경우도 많이 봅니다.

엄마가 먼저 회사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돼서 감기를 앓고 진단이 됐는데, 그 시점에 이미 할아버님은 숨이 차고, 아이는 계속해서 무증상이다가 10일 차에 양성이 나온 경우가 있었어요."

Q : 식당이라서 위험할 수 있으니, '안전하게' 집에서 모이자는 경우도 있습니다.

A : "확진자가 많은 동네에 살아서 외식을 피하고 작은 모임을 집에서 하게 됩니다.

집에다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결혼 후에 처음으로 만났어요.

그런데 그 며느리 또는 아들이 확진자의 동료이면서 무증상 감염자였어요.

2주 뒤에 검사해봤더니 그날 모였던 7명이 전부 확진자였던 경우도 있어요.

집에서의 모임은 모든 안 좋은, 밀집된 환경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소규모 룸에서의 모임도 마찬가지죠.

친한 사람들이 좁은 장소에서 음식을 나누는 행위인 데다 시간적인 연결성, 물건의 공유 모든 것이 함께 일어납니다.

가족모임으로 집에서 모였을 때,

그중에 감염인이 한 명만 있으면 2주 뒤에는 모두가 아픈 상태가 되는데,

이게 겨울이라서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Q : 주소지가 다른 가족도 5인 이상 모여서는 안 된다는 집합 금지에 대해 너무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A : "집에 확진자가 있으면 마스크를 아무리 잘 착용해도 확진이 됩니다.

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구조적으로 접촉자의 필수 범위에 들어갑니다.

다른 집에 살면서 만나지 않으면 그 정도는 피할 수 있거든요.

왜 가족까지 거리두기를 하면서 가슴 아프게 만드느냐고 하시는 분들은,

"내가 확진자다."라고 생각하고 행동하시면 훨씬 안전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교수는 인구 12만 명의 도시에서 3,300명 이상이 코로나 19로 희생된 이탈리아 베르가모를 언급했습니다.

3대 이상의 대가족이 어울려 살아가는 가족 문화가 코로나 19에 취약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가족 이외의 만남을 제한하는 조치가 영국이나 독일 등 유럽 대도시에서 봄부터 시행된 사실도 상기시켰습니다. 

12일간의 5인 이상 사적 모임 집합 금지는 다른 나라의 방역 조치에 비해서도 과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예의 "내가 확진자인 것처럼 행동해야"


Q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확진자처럼 주의하는 것인가요?

A : "나갈 수 있는 모든 곳에서 내 입을 보여주는 행동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밖에서 점심 드실 때도 혼자 사드시고 거리두기가 가능한 식당에 애매한 시간에 가서 포장하신다든지,

식사는 거르고 집에 오셔서 환기를 잘 시키면서 혼자 드신다든지 하는 게 필요합니다."

식당에서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A : "밥 먹을 때, 음식 주문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고 종업원에게 계속 말씀하시는 행위, 씹다 말고 말씀하시는 행위를 보면, 확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듭니다.

식사하게 되면 식사를 하고 마스크를 다 착용을 하고 대화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종업원들은 식당 안에서 오랜 시간 보내시기 때문에, 주문할 때도 마스크 쓰시고 중간에 추가 주문할 때도 잠깐 마스크를 쓰고 서로를 보호하는 게 필요합니다."

특히, 필수 노동자에 대한 예의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요양이나 돌봄 서비스 종사자는 업무 특성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데, 불특정 다수한테 굉장히 적은 양의 바이러스가 여러 차례 노출되어도 감염될 수 있다는 겁니다.

A : "지금은 마스크를 한 번도 안 쓴 확진자는 치매 어르신이나 숨이 차신 분이나 아기이거나 그렇습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죠.

그 사람 주변에 도와준 사람들이 다 확진이 됩니다.

좀 더 착하고 도움을 많이 주시는, 너그러운 분들이 확진되는 게 눈에 보입니다."

이 교수는 감기 증상이 있으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 음성이더라도 다른 곳에서 코로나 관련 접촉자 등으로 분류되면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5인 미만으로 접촉자 줄여야 확산 막을 수 있어

 

시립 병원 건강진단센터에서 근무해 담당 환자가 없다는 이유로 차출된 게 지난 2월,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이 교수는 그렇게 10개월째 역학조사관으로 살고 있습니다.

집에서도 방을 따로 쓰고, 지방에 사는 부모님은 11개월째 만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근무 중 식사는 포장해와서 한 명씩 빈 공간에서 먹고, 환기시키고, 다음 사람이 번갈아 식사합니다.

보이지 않는 코로나 19의 최전선은 이 교수 같은 의료인과 필수 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 인내로 하루하루를 막아내고 있습니다.

"아직도 나한테 닥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우리 집에 확진자가 나오면 어디부터 어디까지 연락을 해줘야 하는지, 내 입을 보고, 나와 음식이나 공간을 공유하는 인원이 몇 명인지 모든 사람이 전 국민 비상연락망을 갖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빨리 알면, 적어도 자기 일가 전체가 30명씩 확진되는 일은 줄일 수 있거든요.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벗은 채 밥을 먹고 대화하는 사람의 수를 5인 미만으로 줄인다는 게 이 정책의 핵심이에요.

그렇게 하면 접촉자 10명, 20명 정도만 연락해주면 되거든요.

그렇지 않아서 300명, 3천 명 검사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이 겨울을 잘 났으면 좋겠어요."

 

 

 

<KBS 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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