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본회의장을 떠난 7일 저녁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담벼락을 지키던 청년들이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혹시나 마주칠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후문·쪽문, 울타리에 기대앉고 친구와 함께 순찰을 하던 이들이 한결같이 말했다. “만나면 마음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간절한 마음으로 있는 거죠.”
롱패딩과 목도리, 장갑으로 중무장한 채 서강대교남단 사거리 쪽 울타리를 지키고 있던 김가은(25)씨는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있는데 이쪽으로 넘어올까 봐 지키고 있다. 시민이 없어서 무방비한 상태니까 혹시나 해서 저희는 앉아있고 몇명은 순찰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국회에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텐데 그걸 무시하고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보여줘 실망스럽다”고 했다.
청년들은 엑스(X·옛 트위터)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지킬 사람이 부족한 문’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지혜(33)씨는 “커뮤니티에서 각 출구별로 사람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알려주는데 4·5번 출구(국회 문)가 사람이 없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이씨는 “간절한 마음에 추운 데도 지키고 있다”며 “투표로 당선된 사람들이 투표를 거부한다는 것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참담했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아무개(21)씨와 김아무개(25)씨도 “투표를 해야 하는 사람이 투표를 안 하고 밖으로 나온다고 해서 견제하기 위해 왔다. 정문엔 사람이 많으니까, 뒷문 쪽 사람이 부족하다고 엑스로 소식을 들어서 왔다”며 “소식은 저희처럼 국회에 있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사진이나 동영상, 정보를 전달해준다”고 했다. 이들은 “모든 사안에 대해 매번 투표를 하지 못하니 국회의원을 대표로 세워둔 것이다.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건,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최소한의 임무도 하지 않겠다는 거나 다름이 없다”고 분노했다.
청년들은 무리를 지어 순찰 하거나, 혼자서 국회를 바라보며 ‘윤석열 탄핵’을 외치기도 했다. 서지희(26)씨와 안이솔(26)씨는 “아까 반대편은 한번 돌았는데 5문이 사람이 없다고 해서 다시 이쪽으로 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나가지 않고 투표를 했으면 해서 이렇게 지키고 있다”며 “사람들이 떠날 때까진 지키고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담벼락에 기대어 시험 공부를 하던 장은아(25)씨는 “다음 주 월요일 시험이라 많이 불안하지만, 탄핵이 꼭 필요하다는 걸 많은 사람과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청년들은 국회 내부를 주시하다가 사람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면 ‘국민의힘 의원이냐’고 물으며 “투표하라”고 외쳤다. 결국 윤 탄핵안은 정족 수 부족으로 자동 폐기됐지만, 청년들은 의지를 다졌다. “한번에 결론이 나면 좋았겠지만, 내일이든 다음주든 끝이 날 때까지 계속 올 거예요. 오늘이 끝이 아니니까요.”
<한겨레 김가윤 기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20356?sid=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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