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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노벨 문학상 수상 루이스 글릭의 시 / 애도

category 책 속에서 2020. 10. 1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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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미국 시인 루이스 글릭입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선정과 시상식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갖춘 확고한 시적 표현으로 개인의 존재를 보편적으로 나타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습니다.

 

194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글릭은 현재 예일대 영문학과 교수입니다.

 

루이스 글릭의 시 하나를 소개합니다.

 

 

<2020 노벨 문학상 수상자 루이스 글릭>

(이미지 출처;노벨 위원회 홈페이지)

 

 

 

루이스 글릭 / 애도

 

 

당신이 갑자기 죽은 후,

 

그동안 전혀 의견 일치가 되지 않던 친구들이

당신의 사람됨에 대해 동의한다.

 

실내에 모인 가수들이 예행연습을 하듯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당신은 공정하고 친절했으며, 운 좋은 삶을 살았다고.


박자나 화음은 맞지 않지만, 그들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진실하다.



다행히 당신은 죽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공포에 사로잡힐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조문객들이 눈물을 닦으며 줄지어 나가기 시작하면,


왜냐하면 그런 날에는
전통 의식에 갇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9월의 늦은 오후인데도
햇빛이 놀랍도록 눈부시기 때문에,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그때,


당신은 갑자기
고통스러울 만큼 격렬한 질투를 느낄 것이다.



살아 있는 당신의 친구들은 서로 포옹하며
길에 서서 잠시 얘기를 주고받는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저녁 산들바람이
여인들의 스카프를 헝클어뜨린다.


이것이, 바로 이것이
‘운 좋은 삶’의 의미이므로,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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