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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의 공과대학 지원이 큰 화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수능 만점자는 11명이다. 그 가운데 서울 광남고 서장협 군과 선덕고 어재희 군이 공대에 진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학생의 포부가 신선하게 여겨지는 것은 '수능 만점=의대 진학'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주변에서는 의대를 권했지만, 두 학생은 꿈을 좇기로 결정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진학을 희망한 서 군의 부모는 의대 진학을 권했지만, 정작 서 군 본인은 “어려서부터 하고 싶었고 앞으로 제가 나아갈 분야로 생각해 원래 희망했던 컴퓨터공학을 선택했다”며 “사회에 도움이 될 기술 개발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 군의 선택이 큰 관심을 모을 정도로 ‘의대 블랙홀’ 현상은 심각하다. 서울대 공대 입학생 중 13%가 의대로 이탈하고 ‘초등의대반 방지법안’이 발의될 정도로 초등생부터 의대를 준비한다. 특히 내년도 의대 정원이 늘면서 이번 수능에는 20년 만에 가장 많은 N수생이 몰렸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어군은 "요즘 빅데이터에 관심이 많다"며 "공학 전반이 흥미로워 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인재들의 의대 쏠림은 망국병이라 불릴 정도로 심각하다. 2021년부터 올 1학기까지 서울대 자퇴생은 611명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63.8%인 390명이 공대·농과대·자연대 학생이었다. 공대와 자연대가 의대 진학을 위해 거쳐 가는 정거장이 되면서 이공계 교육과정이 황폐화하고, 과학기술 인재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공지능(AI) 인재의 이동을 추적하는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상위 20% 수준의 AI 연구자 가운데 한국인은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렵게 길러낸 기술 인재들도 외국에 비해 박한 대우 탓에 한국을 떠나는 것이 현실이다.

높은 소득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의사가 되려는 것은 개인에게는 합리적 선택이지만, 의대가 블랙홀처럼 인재를 빨아들이는 것은 사회적으로는 인적자원 배분 왜곡을 부른다. 기술과 아이디어로 창업에 도전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대신 안정을 선택하는 사회는 역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능 만점자가 공대를 지망한다는 것이 뉴스가 되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인공지능(AI) 석학이 노벨상을 휩쓰는 과학기술 혁명 시대에 미래세대가 고소득 직업에만 안주하는 것은 좁은 시각으로, 암울한 미래 경고등이다. 하지만 개인만 탓할 수 없다. 정부 지원도 기업 대우도 외국에 비해 박하다 보니 과학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매일경제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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