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가시도 처음부터 가시는 아니었다
아주 추운 겨울날 어떤 사람이
고슴도치 떼를 우리에 집어넣었다.
혹한 속에서 떨고 있던 고슴도치들은
한두 마리 가까이 모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따뜻해지는 듯했으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가시를 세우자
그 가시 때문에 서로서로 찔리고 말았다.
너무 아파서 흩어졌다.
가시로 인해 떨어졌다가 추위로 인해 다시 모이지만
결국 가시 때문에 또다시 떨어지고...
날이 밝았다.
고슴도치들은 모두 죽어 있었다.
절반은 얼어 죽었고
또 절반은 상처를 입고 죽어 있었다.
너무 가까우면 상처 입고 너무 멀면 추워서 죽을 수 있는 고슴도치 이야기는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저서에 등장하는 우화 내용입니다.
친해지고 싶지만 동시에 인간관계에서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 자기 방어를 하는
‘고슴도치 딜레마 증후군'입니다.
사람 사이도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있습니다.
이기심, 질투, 비난, 무시, 거절, 분노 등등.
그래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내 자식이라도 바쁘고 피곤할 때 말썽 부리면 정말 밉구나...
아이를 혼내지 말고 내 감정을 다스리자...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 거리를 둔다는 건 무관심한 게 아니라 서로 존중하자는 의미입니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잘못하고 있으면 당연히 말려야 하듯,
그냥 항상 옆에 내가 있다는 확신만 심어주면 됩니다.
물론 마지막 선택은 그에게 달려있습니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한 것이 진정한 의미의 거리두기인 것입니다.
애착 형성이 어려운 사람은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 합니다.
친밀한 관계를 너무 갈망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주는 것이 많아져 대가성을 바라게 되는데,
다친 마음들이 쌓이면 타인과 깊이 있게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맺기 어렵습니다.
상처를 잘 받는 사람들이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가시를 세운 것이지 남을 공격하려고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마치 아름다운 장미가 가시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처럼.
적정거리라는 건 결국 서로에 대한 예의입니다.
가족과 나의 거리는 20cm,
친구와 나의 거리는 46cm,
회사 사람과 나의 거리는 1.2m.
고슴도치의 가시도 처음부터 가시는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털이었는데 스스로 과잉 방어를 하다 보니 가시가 된 것이죠.
그렇다면 방어를 다시 줄이면 따듯한 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과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노력하면 가시가 털이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고슴도치처럼
직접 부딪쳐야만이 찾을 수 있는
'적정거리'
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홀로 추위에 죽어가는 고슴도치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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