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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받아서 특급호텔 웨딩 : 결혼식 할 돈으로 내 집 마련 / 2030 극과 극

여자 친구와 결혼을 앞둔 30대 남성 A 씨는 요새 고민이 깊다. 여자 친구가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며 ‘톱 티어(최고 등급) 예식장’으로 꼽히는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결혼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결혼 성수기(3~6월, 10~12월)에 영빈관 결혼 비용은 대관료와 꽃 장식, 식대를 포함해 1억 원가량이다. 연봉을 7000만 원가량 받는 A 씨는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 결혼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여기서 결혼하지 않으면 평생 원망받을 것 같아 적금을 깨려 한다”라고 했다.

 
결혼 성수기인 가을이 되자 2030 예비 부부가 서울 시내 특급 호텔 예식장으로 몰리고 있다. 서울 신라호텔을 비롯, 시그니엘 서울, 웨스틴조선 서울, 포시즌스 호텔 서울 등 유명 호텔에서 결혼하려면 최소 4000만원에서 최고 1억원까지 들지만 일부 호텔은 이미 내년 겨울까지 예약이 마감됐다.
웨스틴조선 서울 관계자는 “지금 예약하면 내년 겨울에나 식을 식을 치를 수 있다”며 “화·수요일 등 선호도가 떨어지는 평일 예약도 몰린다”고 했다.

‘2030′이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보다 많은 돈을 내고서라도 특급 호텔에서 결혼하려는 것은 ‘영빈관 결혼식’ 등이 ‘버킷 리스트(죽기 전 꼭 해야 할 일)’로 꼽히기 때문이다.
결혼 정보 회사 듀오가 지난달 미혼 남녀 500명 설문 조사해 보니 가장 선호하는 결혼식 장소는 호텔(64%)이었다. 내년 봄 시그니엘 서울에서 결혼할 예정인 20대 여성 B씨는 “시그니엘 결혼식이 인생 목표였다”며 “신랑감과 함께 대출을 받았다”고 했다.


시그니엘 서울 웨딩홀은 지상 123층, 높이 555m로 세계에서 여섯째로 높은 건물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76층에 있다.
성수기 기준 대관비는 5시간에 1100만원, 식대는 최소 3500만원이다. 가장 저렴한 식사는 1인당 23만원, 최소 보증 인원이 150명이다.
B씨는 “연락을 거의 하지 않던 중학교 동창에게도 청첩장을 보냈다”며 “신랑과 합친 연봉이 1억원 남짓이지만 만족한다”고 했다. 의사·변호사 등 일부 전문직 남성도 ‘품위 유지’를 이유로 호텔 결혼식을 선호한다.

웨딩 인 헤븐(천국에서 하는 결혼식)이라는 문구를 내건 이곳은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파노라마 뷰와 자연 채광이 어우러진 곳’ ‘할리우드 셀레브리티(유명인)들의 웨딩 플래너가 만든 구름 위 콘셉트의 웨딩홀’이라고 홍보한다.
피로연 식사로는 미슐랭 별 셋을 받은 프랑스 셰프가 만든 ‘파리지앵’ 코스 요리가 나오는데, 참치 타르타르와 와인, 랍스터와 블랙 앵거스 스테이크 등이 차례로 나온다.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역시 “기품 있는 인테리어와 신랑·신부를 위한 세심한 배려로 영원한 미래를 약속하는 최고 장소”임을 내세운다. 호텔 코스 요리와 와인을 준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 시기 결혼식이 급감하며 적당한 가격대의 중소 예식장이 줄줄이 폐업한 것이 ‘초호화 결혼식’ 수요를 오히려 끌어올렸다고 분석한다.
국세 통계 포털에 따르면 2018년 1030곳이던 전국 예식장은 2022년 말 기준 759곳으로 26.3% 준 반면, 혼인 건수는 2022년 19만1690건으로 1970년 이후 역대 최소를 기록한 뒤 2023년 19만3657건으로 반등했다.
올해도 4~5월 결혼 건수가 전년보다 20% 넘게 늘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요즘 2030은 어중간한 가격으로 어중간한 만족을 얻느니 무리해서라도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 만들기를 선호한다”며 “이럴 바에는 호텔에서 결혼하겠다는 남녀가 코로나 이후 많아졌다”고 했다.

초호화 결혼식이 대중화하면서 하객들의 축의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그간 ‘표준 축의금’으로 여기던 5만~10만원보다 호텔 식대가 비싸졌기 때문이다.
시그니엘 서울 식대는 1인당 20만~35만원, 다른 호텔들도 20만원에 육박하는 식사를 제공한다. 직장인 김예송(31)씨는 “최근 호텔 결혼식에 갔는데 10만원은 부족하다 싶어 급하게 식장 ATM 기계에서 5만원을 뽑아 보탰다”고 했다.
최근엔 ‘축의금 가이드라인’도 주목을 받았다. 적당한 사이는 5만원, 친한 친구는 10만원, 친한 친구인데 배우자·애인과 같이 가면 15만원, ‘정말 친한 친구’는 30만원이라고 한다.

한편에선 결혼식에 과도한 비용이 들어간다며 식을 아예 생략하거나 극소수 가족·친척·지인만 초대하는 ‘스몰 웨딩’도 활발하다.
지난달 결혼한 대기업 사원 윤모(35)씨는 “1억원 가까운 돈을 결혼식에 쓰는 건 비상식적”이라며 “졸업한 대학 캠퍼스에서 30여명 정도 불러 간단히 식을 마쳤다”고 했다.
“허세로 가득한 호텔 결혼식을 하느니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2030도 적잖다.

듀오의 지난달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31%는 결혼식을 꼭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결혼식 비용이 너무 비싸서(33%), 허례허식 같아서(31%), 다른 곳에 투자하고 싶어서(22%)라고 했다.

 

<조선일보 안준현 기자 김병권 기자 장윤 기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64552?sid=001

 

“대출 받아서 특급호텔 웨딩” “결혼식할 돈으로 내 집 마련”

2030 ‘극과 극’ 여자 친구와 결혼을 앞둔 30대 남성 A씨는 요새 고민이 깊다. 여자 친구가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며 ‘톱 티어(최고 등급) 예식장’으로 꼽히는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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