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면서 당신의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아집에 빠지지 마세요. 그건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생각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를 용기를 가지세요. 그것들은 당신이 진정으로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미리 알고 가르쳐주기도 하니까요. 그 외의 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것들입니다.”
2005년 스티브 잡스가 암으로 이제 6개월 남짓 남았다는 진단을 듣고서 남긴 스탠포드 대학 졸업사이다. 스티브 잡스 외에도 죽음을 앞두게 되거나 아니면 어떤 계기로 인해 죽음, 삶의 유한함을 떠올리게 된 사람들은 태도와 심경의 변화를 보이곤 한다.
우선 주변 사람들 말에 흔들리기보다 그냥 자기가 원하는 걸 선택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하는데 열중하는 반면 싫은 일은 잘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함께 있을 때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을 골라서 만나는 경향을 보인다. 제약이 많고 자유가 없는 환경을 떠나겠다는 결단을 내리기도 한다.
또는 내 삶이 허망하지 않았고 어떤 중요성을 띄고 있었다며 ‘의미’를 찾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전보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원하며 사람들을 열심히 챙기거나 기부나 봉사 의향이 높아지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마치 지독한 구두쇠였던 스크루지 영감이 유령을 만나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뉘우치고 개과천선해서 자상한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같은 현상이라고 해서 ‘스크루지 이펙트’라고 불리기도 하는 현상이다.
비슷한 이유로 죽음을 종종 생각하게 되는 사람들, 예컨대 노인들의 경우 사회경제적 요소나 건강상태 등과 상관없이 젊은 사람들에 비해 더 행복감이 높고 현재에 더 충실하게 사는 경향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앞으로 의학이 발전해서 수명이 20년 이상 늘어난다고 생각해보라고 하면, 미래에 대한 걱정을 시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건강이 나빴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 때는 죽고 사는게 문제라서 평상시의 고민들이 정말 하찮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미래라는 것이 과연 올지부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의미없게 느껴졌던 것 같다. 주어진 시간을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희생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도 종종 스트레스를 받거나 작은 거에 집착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그때를 떠올려보곤 한다. ‘어차피 삶은 유한하다. 내가 가장 확실하게 가질 수 있는 것은 지금뿐이다’라는 깨달음이 밀려오면 참 쓸데없는 것들에 목을 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연구들에서도 죽음을 떠올린 사람들이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떠올려보며 삶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지금’에 좀 더 충실해지는 등 관점을 바꾸는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 나만 그런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학자들은 사람들이 죽음을 떠올렸을 때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것을 통해 우리가 삶에서 근본적으로 어떤 것들을 통해 의미를 거둘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친말한 관계, 봉사, 가치있는 일, 즐거움과 행복이 그것들이다. 따라서 죽음이 없다면 삶은 완전할 수 없으며 삶의 유한함을 이따금씩 떠올리는 것이 내가 의미있다고 여기는 삶을 살게 해 주는 좋은 도구가 된다고 본다.
만약 여러분에게 1년의 시간이 남아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스트레스는 많고 항상 바쁜데 정작 삶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을 때 물어봄직한 질문인 것 같다.
‘Everything I never told you’라는 소설의 주인공 소녀는 평생 주변사람들이 원하는 대로만 살다가 본연의 모습을 잃고만다. 어느날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다며 이제는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곧 죽고 말았다. 부정하고 싶지만 삶은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원하는 대로 살기 시작할 시기를 미루기만 하면 그대로 끝나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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