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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글>

 

얼마 전 만난 한 중견기업 최고경영자께서 자신이 만난 한 컨설턴트에 대해 필자에게 들려주신 적이 있다.

 

그는 꽤 잘 알려진 컨설턴트였고 나름대로 능력 있다는 평을 주위에서 듣는 분이었다.

필자 역시 일과 성품면에서 평소 매우 긍정적인 평을 속으로 해왔던 인물이다.

 

그런데 그 CEO께서는 자신이 만난 컨설턴트에게 다소 박한 평을 하고 계시는 것 아닌가.

그 이유를 거듭 물어보니 결국 내막은 이랬다.

 

그 컨설턴트는 CEO와 대화를 나누면서 몇 가지 불편함을 느끼게 한 것이다.

나이가 자신보다 상당히 많은 사람 앞에서 다리를 자주 꼬고, 턱을 괴거나 볼펜을 딱딱 거리를 소리를 내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는 컨설팅을 시작할지를 결정하는 성격이 짙었기 때문에 컨설턴트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심어 드려야 하는 위치임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을 보이니 CEO께서는 약간의 실망과 언짢음이 동시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CEO께 이렇게 물었다.

 

"혹시 그 사람이 말한 내용만으로 판단했을 땐 어떠셨는지요?"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지셨던 그분은 "내용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네요"라고 대답하셨다.

 

그래서 필자는 "혹시 그렇다면 대표님께서 보신 건 그 사람의 습관이지 성품이 아니지 않을까요?"라고 말을 이은 뒤 "혹시 그 컨설턴트가 많이 피곤해 보이지 않던가요?"라고 질문을 연이어 드렸다.

 

그랬더니 그분이 말했다. "오, 맞습니다. 그 친구가 이 미팅을 위해 이틀 밤이나 새웠다고 하더라고요." 평소 자신의 실수를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기에 그릇이 큰 것으로 유명한 그 CEO께서는 머리도 보통이 아닌 분이었다.

 

이내 무릎을 치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아닌가?

"허허, 그렇다면 그 컨설턴트는 다소 야박하고 억울한 평가를 나에게 받았을 가능성이 크네요."

 


우리는 종종 어떤 사람의 습관을 봐 놓고 그 사람의 성품을 봤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습관으로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바는 그리 크지 않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나에게 보여주고 있는 습관은 그 사람이 혼자 있을 때 하는 행동이고 사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습관이 다른 사람 앞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즉 조절 안되는 가장 전형적 상황은 그 사람이 매우 지쳐 있을 때다.

 

인간은 체력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매우 지쳐 있거나 심지어 소진됐을 때 보이는 가장 전형적 양상이 자신의 습관이 제어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욕설이나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 언행은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자기 혼자 책을 보거나 일할 때 예를 들어, 의자를 길게 뒤로 빼고 다리를 올리는 행동은 필자도 자주 한다.

자신이 혼자 편하게 있을 때 취하는 습관적 행동은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잘 제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수많은 심리학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결론은 한결같다.

지쳐 있는 사람은 자신의 습관을 제어하는 능력이 '자신도 모르게'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지쳐 있는 상대방이 보이는 습관적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의 됨됨이까지 연결해 평가하거나 추리하면 '좋은 파트너'나 '뽑아야 하는 사람'을 놓칠 위험이 크다.

 

그래서 필자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 드리곤 한다.

 

"당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거나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을 때 특히 주의 깊게 구분하셔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느끼게 하는 무례입니다"라고 말이다.

 

지쳐 있거나 많이 피곤한 상대방이 내게 느끼게 하는 무례함은 상당 부분 그 사람의 사소한 습관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성품은 무엇인가.

 

그 사람이 지쳐 있든 지쳐 있지 않든 간에 어떤 대상이나 사건, 혹은 상황을 만났을 때 일관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그러니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그 사람이 체력이든 정신적이든 지쳐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모두를 봐야 한다.

 

 


[매일경제 경제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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