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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를 고르거나 옷을 고르는 사소한 일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탓에 고민인 사람이 있다. 소위 결정 장애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물론 결정을 내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고 내가 내린 선택으로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기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결정을 너무 쉽게 내리는 것 또한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신중함이 부족하거나 생각이 짧거나 그냥 귀찮아서, 또는 충동적인 성향이 커서 대충 결정을 내리고 나면 차마 고려하지 못했던 요소들로 인해 후회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히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면 많은 고민을 한다. 하지만 만약 단지 많은 요소들을 고려하다가 결정이 늦어지는 것 이상으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다면 여기에는 생각이 많은 것 외의 다른 심리적 요소들이 개입하고 있을 수 있다.

우선 다른 사람에게 결정을 맡겨버리는 것처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 자체를 기피하거나,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경우 머리가 하얘지는 등 어려운 선택을 눈 앞에 두면 패닉에 빠진다면 일단 우유부단한 편으로 봐야 한다. 또 자신이 좋은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며 자신감이 낮거나, 몇 가지 작은 디테일만 보고 선뜻 결정을 내리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충동적인 성향이 적은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문자 하나 보낼 때에도 수 십 번 읽으며 확인하는 등의 강박적인 모습을 보이는 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들은 평소 불안이 많고 걱정을 하다보면 걱정에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우울증상을 보이는 편이다.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우울증상을 보이는 경우 사고방식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실제와 상관 없이 무조건 “안 될 거야”라는 결론을 내리곤 해서 즐거운 일을 만들어 보거나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걱정이 지나치거나 강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 어차피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고 지금 하는 걱정이란 현실을 반영하기 보다 비루한 내 사고력과 쓸데없이 뛰어난 상상력을 훨씬 많이 반영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자신의 생각일 뿐인 것을 마치 진짜 현실인 것처럼 신봉할 필요는 없다. 흔히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그냥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다 보니 되려 현실과 되려 동떨어져 있는 편이다.

지나치게 걱정이 많고 완벽한 결정을 내리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감옥에 스스로 갇혀 있는 셈이다. 때로는 그것이 견고한 진짜 감옥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럴 때도 열쇠는 처음부터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는 점을 기억하도록 하자.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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